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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에 잠긴 쿠바, 태양광이 일상을 지탱한다

관리자   |   202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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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제신문=김도산 기자] 쿠바는 지금 어둠 속의 나라’에 가깝다. 미국의 석유 수송 봉쇄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가 상시화되면서, 전국 단위 정전과 전력망 붕괴가 일상이 됐다.

얼마 전에는 국가 전력망이 한 번에 무너져 전역이 암흑으로 뒤덮였고, 정부가 정해둔 시간표에 따라 전기가 몇 시간씩 들어왔다 끊어지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다. 한 채소 배달 노동자는 “아침 7시에 전기가 들어오고 오후 1시에 나간 뒤, 밤 10시에 다시 들어와 아침 7시에 꺼지는 고정된 사이클”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만성 정전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산업·서비스·가계 전반의 생산성과 삶의 질을 갉아먹고 있다. 수도 아바나에서도 2~6시간 정전이 예사였고, 지방으로 갈수록 정전 시간과 강도가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위기는 동시에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앞당기는 계기로 작동하고 있다고 캐나다의 지속가능성 전문 미디어 코퍼릿나이트가 보도했다. 중앙집중식 화석연료 전력망의 취약성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면서, 분산형 재생에너지(특히 태양광)가 ‘생존을 위한 인프라’로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쿠바 정부는 2025년 초 기준 전체 전력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4%에 불과했다고 밝히면서, 연말까지 이를 17%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에너지·광물부 소속 에너지정책 전략 책임자인 람세스 몬테스에 따르면, 미국의 석유 압박이 심해질수록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공공 인프라부터 살리는 ‘태양광 안전망’

쿠바의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중국과 브라질 등 우방국의 지원이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연간 수천 개씩의 태양광 패널을 쿠바에 기증해 왔고, 브라질도 2025년에 300세트 규모의 태양광 패널 키트를 지원했다. 최근에는 유럽 등의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캠페인까지 더해져, 이 설비를 학교 등에 설치하기 위한 모금 활동도 진행 중이다.

2025년 3월,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를 통해 정부는 중국이 기증한 5000장의 태양광 패널을 곧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진 대규모 정전으로 국가의 3분의 2가 암흑에 잠기자, 정부는 이 패널의 절반을 산부인과 병원, 노인 요양시설, 병원, 은행, 라디오국 등 핵심 공공 인프라에 우선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생명과 치안, 금융·방송 시스템을 최소한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 안전망’을 태양광으로 구성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쿠바 전역에는 약 30개의 태양광 발전 단지가 가동 중이며, 중국의 지원을 바탕으로 2028년까지 92개 단지를 추가로 건설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중앙 전력망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이런 분산형 태양광 단지는 지역 단위의 전력 자립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월 16달러 임금, 태양광은 여전히 ‘특권’

그러나 공공 인프라와 달리, 일반 시민에게 태양광은 아직 ‘먼 나라 이야기’에 가깝다. 쿠바의 평균 월급은 국가 기관에 고용된 노동자를 기준으로 약 16달러(2만4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 소득 구조에서 수천 달러가 드는 가정용 태양광 설비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다. 많은 가정이 여전히 요리와 난방을 위해 석탄·장작에 의존하거나, 소음과 연료비 부담이 큰 소형 발전기에 기대고 있다.

연료 발전기 역시 ‘대안’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수준이다. 출력 4600와트급 발전기는 12시간 가동 시 약 15리터의 휘발유를 소모하는데, 휘발유 1리터 가격이 약 16달러 수준까지 치솟은 사례도 보고된다. 노동자 한달 월급이 휘발유 1리터 가격과 같다는 얘기다.

사실상 일반 가정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구조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구조적으로 ‘에너지 빈곤층’과 ‘에너지 부유층’을 갈라놓는 또 하나의 축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아바나에서 호스텔과 댄스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크리스타 에르난데스는 이러한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정전이 길어질수록 관광업이 치명타를 입을 것을 직감하고, 결국 태양광 설비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처음에는 아마존에서 패널을 구입하려 했지만 결제 카드가 잇따라 차단됐고, 결국 미국에 거주하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설비를 구매한 뒤, 마이애미의 전문 업체를 통해 쿠바까지 배송하는 우회 경로를 택했다. 배터리와 운송비를 포함해 총 1만2000달러가 들었다.

에르난데스는 “우리는 투자할 수 있는 소수의 특권층일 뿐”이라며, 가족이 해외에 있거나 사업을 하는 등 외화 유입이 없다면 이런 설비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최근 여행사들이 비상 전력장치가 없는 호스텔과의 거래를 중단하면서, 태양광 설비 보유 여부가 곧 비즈니스 생존을 가르는 ‘신규 기준’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규 임금에만 의존하는 가정과 영세 자영업자는 더욱 주변부로 밀려난다.

“어두운 쿠바”가 던지는 ESG 시그널

에르난데스는 “집 밖을 나서면 동네 전체가 매우 어둡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빛이 새어 나오는 몇 안 되는 건물과, 물·전기 공급이 끊긴 집에서 밤새 잠을 설친 채 출근하는 노동자들 사이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진다.

그는 “직원들이 집에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전기도 물도 없는 상태에서 지친 몸으로 출근한다”고 전했다. 에너지 위기가 단순한 인프라 문제가 아니라, 노동권·보건·교육·지역사회 안전 등 사회 전 영역의 ESG 리스크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제 사회가 태양광을 중심으로 쿠바 등 저개발국가들의 에너지전환을 적극 도와야하는 이유과  효과를 쿠바는 보여주고 있다. 중동의 이란전쟁에만 주목할 게 아니라 이를 전 세계 에너지전환의 계기로 삼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출처 : ESG경제(https://www.es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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